어제는 아이들과 함께 하남시에 있는 선법사 라는 절을 갔었습니다. 저희가 풍납동 살 때 우연히 가게 된 곳인데 일년에 한 번 꼴로는 들르는 것 같습니다. 올림픽공원에서 외곽순환도로 하남IC 쪽으로 쭉 가서 언덕 하나 넘어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쯤에 춘궁동 표지판이 있고, 다리 건너 유치원이 있는 길로 우회전, 100m쯤 들어가서 나오는 절입니다. 한적하니 고려 초기 불상도 있구요, 바로 옆에는 약수터도 있습니다. 절 자체는 오래되거나 볼꺼리가 많은 것은 아닌데 그래서 좋더라구요. 항상 고요하니 있을 건 있고, 없을 건 없어서요. 그리고 그 뒤로 등산로도 있어서 어제는 그 길을 따라 한 20여분을 올라갔습니다. 사람이 그다지 다니지 않아 길만 간신히 나 있죠. 서영이, 재헌이는 자기 키보다 높이 자란 풀..
지난 주에도 아이와 같이 어학원에 갔다가 삼청동에 있는 세계장신구박물관에 갔었습니다. 입장권이 전시규모에 비해 싼 편은 아니었지만, 아프리카, 남아메리카 등지의 이쁜 장신구들을 많이 보고 왔죠. 아마도 아이한테도 이 인상들이 남아서 나중에 예쁜 것을 볼 때 생각이 날 지도 모르겠습니다. 지하철을 타고 가며, 아이 눈 높이에 맞추려니 문 옆 철봉을 잡으며 쭈그리고 앉았습니다. 위에서 내려 볼 때보다 눈 높이가 맞으니 훨씬 좋습니다. 문득 예전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나더군요. 대학교 1학년 때 한 선배와 악보를 구하러 지하철을 타고 간적이 있었습니다. 그 때에도 선배가 몸이 약한 편이었는데, 지하철 맨 앞 칸에 타고 한참을 갔습니다. 힘들었었는지 누나가 서 있다가 운전석 쪽 면에 기대서 앉더군요. 전 뻘쭘해..
올름(Olm)은 유럽 유일의 도롱뇽. 100년을 산다. 동굴의 차가운 물 속에서 거의 단식하며 산다. 시쳇말로 ‘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.’ 냉장고 유리병 속에서 12년간 살아남은 놈도 있었다. 밤낮이 없는 영원한 어둠 속에서, 피해야 할 적도 방해물도 없이 3만 여 일을 견딘다(?). “올름은 그저 멸종 대신 망각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.” 한 신문의 책 안내에 있던 내용입니다. 망각이라고 하니 다람쥐 얘기가 떠오릅니다. [알이 닭을 낳는다]라는 책에서 최재천 교수가 그런 얘길 합니다. 다람쥐들이 겨울맞이 도토리 모으기를 열심히 합니다. 볼테기가 미어져라 도토리를 주워 모아서는 여기 저기 땅에 묻습니다. 겨우내 저장해 두었던 도토리로 버텨야 하니까요. 그런데 문제는 다람쥐가 그 저장장소를 기억하지 못하..